- 삼백일흔일곱 번째 이야기
2015년 6월 1일 (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서야

[번역문]

  집의 행랑채 세 칸이 다 쓰러져 가고 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이곳을 모두 수리하였다. 그 가운데 두 칸은 장맛비가 샌 지 오래된 줄을 알면서도 머뭇거리느라 손을 보지 못했고, 나머지 한 칸은 한 번 비가 스몄을 때 서둘러 기와를 갈게 하였다.
  이번에 수리하면서 비가 샌 지 오래된 두 곳은 도리와 서까래, 기둥과 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쓰게 되어 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한 번 비가 새어 기와를 갈았던 곳은 재목들이 모두 온전하여 다시 쓸 수 있어 수리 비용이 적게 들었다.

  이 일을 겪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즉시 고치지 않으면 나무가 썩어서 못쓰게 되는 정도 이상으로 자신을 망치게 되고, 잘못이 있더라도 고치기를 꺼리지 않으면 집의 재목을 다시 쓸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아무 지장 없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나라의 정치도 그렇다. 무슨 일이 됐든 백성을 심하게 해치는 일인데도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고 임시방편을 써서 넘기려다가 백성이 상하고 나라가 위태로워진 뒤에 가서야 갑자기 바꾸려 하면 바로잡기가 어렵다. 그러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원문]

家有頹廡不堪支者, 凡三間, 予不得已悉繕理之. 先是, 其二間爲霖雨所漏寢久, 予知之, 因循莫理, 一間爲一雨所潤, 亟令換瓦. 及是繕理也, 其漏寢久者, 欀桷棟樑皆腐朽不可用, 故其費煩. 其經一雨者, 屋材皆完固可復用, 故其費省. 予於是謂之曰: “其在人身亦爾. 知非而不遽改, 則其敗已不啻若木之朽腐不用. 過勿憚改, 則未害復爲善人, 不啻若屋材可復用. 非特此耳, 國政亦如此. 凡事有蠹民之甚者, 姑息不革, 而及民敗國危, 而後急欲變更, 則其於扶起也難哉, 可不愼耶?” 

이규보(李奎報, 1168~1241) 「이옥설(理屋說)」,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제21권




  
  “한 번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담지 못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강태공(姜太公)이 출세한 뒤, 빈궁했을 때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아내에게 쏟아 버린 물을 다시 주워 담게 하면서 “헤어져도 다시 합칠 수 있다고 그대는 말하지만 한 번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若言離更合 覆水定難收]”고 했던 고사에서 유래한 말인 듯하다.

  서양에도 비슷한 속담으로 “엎질러진 우유를 두고 울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It is no use crying over spilt milk]”라는 말이 있다. ‘물’이 ‘우유’로 바뀌었을 뿐 뜻은 똑같다. 잘못을 저지르고 후회하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완전한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장공(莊公) 6년에 ‘서제(噬臍)’란 표현이 보인다. 사향노루가 사람에게 잡히면 배꼽에 들어 있는 사향(麝香) 때문이라고 여겨 자신의 배꼽을 물어뜯으며 후회한다고 한다. ‘후회막급’을 뜻하는 고사성어 ‘서제막급(噬臍莫及)’의 유래이다.

  춘추 시대인 기원전 668년, 초나라 문왕(文王)이 신(申)나라를 정벌하러 가는 길에 등(鄧)나라에 들렀다. 등나라 기후(祈侯)가 “나의 생질(甥姪)이다.”라고 하고서 초 문왕을 머무르게 하고 연향을 베풀었다. 그러자 기후의 신하들이 “등나라를 멸망시킬 자는 필시 초 문왕일 것입니다. 일찌감치 죽이지 않는다면 훗날 임금께서 후회하셔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若不早圖 後君噬臍] 지금이 좋은 기회입니다.”라고 간언하면서 초 문왕을 죽일 것을 청하였다. 그러자 등후는 “내가 초 문왕을 죽인다면 사람들은 내가 남긴 음식도 먹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신하들이 “만약 저희의 말씀을 따르지 않으신다면 나라가 망하여 사직이 제사를 받지도 못할 텐데, 임금께 무슨 남길 음식이 있겠습니까?”라고 말하였으나 기후는 듣지 않았고, 결국 등나라는 초나라에 멸망당하고 말았다.

  요즘 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공무원 연금이나 국민연금이나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는 미처 예측하지 못한 점이 있다. 평균 수명이 지금처럼 늘어나리라는 것도, 출산율이 지금처럼 낮아지리라는 것도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다. 저금리와 저성장도 마찬가지다. 이 몇 가지는 연금 제도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도입할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면 마땅히 개혁해야 한다. 그것도 시급히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금 제도는 구멍 난 배와 같은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한동안은 버틸 수 있겠지만, 결국 맞닥뜨리는 건 침몰뿐이다. 너무도 자명한 이치이다.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 개혁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다. 서로 버티다가는 공멸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안쓰러운 청년층과 미래 세대에 감당 못 할 짐을 지우는 것은 무책임하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낙철글쓴이 : 김낙철
  •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 주요 번역서
    - 인조/ 영조/ 고종대 『승정원일기』 
    - 정조대 『일성록』 
    - 『명재유고』, 『서계집』, 『성호집』 등의 번역에 참여






Posted by 聖枝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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