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백여든다섯 번째 이야기
2016년 3월 24일 (목)
자기에게만 긴요한 일
자기에게만 긴요한 일은 도리어 긴요하지 않은 일이 되는 것, 
이것이 하늘의 떳떳한 이치이다.

緊之反爲不緊, 理之常也。 
긴지반위불긴, 리지상야。 

윤기(尹愭, 1741∼1826)
『무명자집(無名子集)』 문고6
「논긴속(論緊俗)」

 

  
  인간은 누구나 행동에 앞서 먼저 그것이 긴요한지 아닌지부터 판단한다. 그런데 그 긴요함을 판단하는 범위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자기 자신이나 자기 가족에게 긴요한지 만을 따지지만, 어떤 이는 자신이 속한 사회와 국가, 심지어는 세계를 판단 범위에 두고 긴요한지 여부를 고민한다. 전자가 이기적인 긴요함이라면 후자는 이타적인 긴요함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전자를 좇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에는 갈등과 부패가 만연하고, 후자를 추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는 안정되고 배려가 넘쳐난다.

  윤기는 영락한 가문 출신의 남인(南人) 학자였다. 33세라는 늦은 나이에 소과(小科)에 합격한 뒤 20년을 성균관 유생으로 있다가 52세에 겨우 대과(大科)에 합격했지만, 86세로 죽을 때까지 미관말직을 전전했다. 극도로 문란했던 당시 과거제도 아래에서는 권문세가에 연줄을 대거나 뇌물을 쓰지 않고는 과거에 합격하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호(號)를 ‘무명자(無名子)’ 곧 ‘이름 없는 사람’으로 불렀는데, 거기에는 개인의 노력과 실력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도 절망하지 않고 의연하고도 초연하게 살고자 한 그의 정신이 담겨 있다.

  과거제도를 비롯한 당시의 수많은 사회 문제의 한 요인으로, 윤기는 ‘긴속(緊俗)’ 곧 ‘자기에게만 긴요한 일을 좇는 세태’에 주목하고, 천하 사람들의 미혹함이 모두 이 ‘긴(緊)’이라는 한 글자에서 연유한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은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므로, 자기만을 위한 긴요함을 좇다 보면 도리어 자신의 의도와는 반대로 뼈저린 실패와 치욕을 맛보게 되는 것이 하늘의 떳떳한 이치라고 했다.

  오늘날 우리 또한 그렇게 믿고 싶고 그런 세계가 현실에서 구현되기를 바라지만, 예나 지금이나 상도(常道)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는 늘 저 멀리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이익에만 급급해서 이기적인 긴요함을 좇는 사람이 되지 말고, 타인의 긴요함을 배려하며 참된 긴요함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라는 당부는 마음속에 새겨둘 만한 것이다.

 

글쓴이 : 박은희(한국고전번역원 선임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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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聖枝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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