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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재의 수요일 ' 본문
오늘은 '재의 수요일 '
+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 오늘 미사 중에서
▩ 재의 수요일'은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첫날이다. 교회가 이날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신자들의 머리 위에 얹는 예식을 거행하는 데에서 '재의 수요일'이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이 재의 예식에서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재를 신자들의 이마나 머리에 얹음으로써, '사람은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창세 3,19 참조)는 가르침을 깨닫게 해 준다.
오늘 재의 수요일에는 단식과 금육을 함께 지킨다.
▷ 오늘 전례
▦ 우리는 거룩한 재의 수요일로 사순 시기를 맞습니다. 사순 시기는 부활의 기쁨을 참으로 온전하게 체험하려는 여정입니다. 오늘 전례에서 우리는 머리에 재를 바르고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기억합니다. 이것은 비통함을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가식과 욕심의 헌 옷을 벗고 복음의 새 옷을 입는 참기쁨의 시작입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께 사순 시기를 뜻있게 지낼 수 있는 은총을 정성껏 청해야겠습니다.
▣ 오늘의 묵상
올해의 사순 시기는 봄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성무일도』에서 사순 시기의 찬미가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어느덧 세월 흘러 봄이 돌아와/ 사십 일 재계 시기 다가왔으니/ 교회의 신비로운 전통에 따라/ 마음을 가다듬어 재를 지키세."
봄바람에 설레는 마음으로 꽃나무에 새순이 돋아난 것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을 닮아 무엇인가 새로워지고 싶은 갈망이 일어납니다. 교회는 이러한 바람을 그저 흘려보내지 말고 실현해 볼 것을 촉구하며 재계를 지키라고 권고합니다. 이렇게 진지하게 재계를 지킬 때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신앙인답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신앙인들의 이러한 종교적 실천은 결코 수행을 위한 수행이 아니며, 세상에 대한 무관심을 뜻해서도 안 됩니다. 오히려 이 종교적 실천은 세상 안에서 주님의 뜻대로 정의와 자비가 꽃피기를 기다리고 또한 그것을 위하여 헌신하려는 노력에 속합니다. 그래서 단식과 자선의 참된 뜻은 주님의 날을 기다리며 세상에 선을 실천하려는 갈망 속에서 드러납니다.
러시아의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걸작 '희생'은, 늙은 아버지가 들려준 한 수도승의 전설에 따라 바닷가의 죽은 나무에 물을 주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땅과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모습입니다.
세상의 큰 불의와 고난을 생각하면, 우리의 작은 실천들은 어쩌면 죽은 나무에서 꽃이 필 것을 기다리며 물을 주는 아이의 모습과도 같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시는 분이 바로 이 봄에 우리 마음에 찾아오신 주님의 성령이십니다. 새로운 세상을 바라며 그것을 위하여 헌신하는 사람만이 새롭게 변화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찬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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