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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늘 - 정지용 본문
성령 강림 대축일 오늘《매일미사》에서..,
저는 가톨릭 전례력에 따른 생활을 합니다. 우리는 ‘부활절’이후 부활 8일 축제(7일) + 부활 6주간(6×7=42일) 도합 49일을 보낸 후 부활 50일째 되는 날 ‘예수승천축일’을 지냅니다. 49일간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기쁜 소식을 전할 사명을 알려주시고 부활 후 50일에 승천(사도행전 1, 6-11)하셨기 때문이죠. 예수승천 대축일 다음 주일에는 약속하신 성령을 보내주신(사도행전 2,1-13) 날을 기념하는 '성령강림 대축일'을 보냅니다.
다른 하늘
- 정지용 프란치스코-
그의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았으나
그의 안에서 나의 호흡이 절로 달도다.
물과 성신으로 다시 낳은 이후
나의 날은 날로 새로운 태양이로세!
뭇사람과 소란한 세대에서
그가 다만 내게 하신 일을 지니리라!
미리 가지지 않았던 세상이어니
이제 새삼 기다리지 않으련다.
영혼은 불과 사랑으로! 육신은 한낱 괴로움.
보이는 하늘은 나의 무덤을 덮을 뿐.
그의 옷자락이 나의 오관에 사무치지 않았으나
그의 그늘로 나의 다른 하늘을 삼으리라.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내용을 그대로 옮김
1934년 『가톨릭 청년』 제9호에 실렸다가 이듬해 발간된 『정지용 시집』에 수록된 시이니, 이미 오래전의 작품이나 감동은 여전합니다. 아름다운 서정시로 유명한 정지용 시인은 주옥같은 신앙 시들도 많이 남겼는데, 이 시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이 시를 보좌 신부로 사제직의 첫발을 내딛고 맞은 첫 번째 성령 강림 대축일의「서울주보」에서 처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으나 그때 받은 깊은 감동은 지금도 그대로 떠올릴 수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활약한 위대한 종교화가 엘 그레코의 그림 ‘성령 강림’과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와 그림이 실린 주보의 앞면을 제 책꽂이에 한참 붙여 놓았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이사를 거듭하면서 아쉽게도 잃어버렸지만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매일미사』의 묵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성령 강림 대축일이 되면 이 시를 교우님들과 함께 나누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다른 하늘’을 품고 사는 행복에 대하여 깊이 감사하는 대축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 성령 송가 】 오소서, 성령님. 주님의 빛, 그 빛살을 하늘에서 내리소서. 가난한 이 아버지, 오소서 은총 주님, 오소서 마음의 빛. 가장 좋은 위로자, 영혼의 기쁜 손님, 저희 생기 돋우소서. 일할 때에 휴식을, 무더위에 시원함을, 슬플 때에 위로를. 영원하신 행복의 빛, 저희 마음 깊은 곳을 가득하게 채우소서. 주님 도움 없으시면, 저희 삶의 그 모든 것, 해로운 것뿐이리라. 허물들은 씻어 주고, 메마른 땅 물 주시고, 병든 것을 고치소서. 굳은 마음 풀어 주고, 차디찬 맘 데우시고, 빗나간 길 바루소서. 성령님을 굳게 믿고, 의지하는 이들에게, 성령 칠은 베푸소서. 덕행 공로 쌓게 하고, 구원의 문 활짝 열어, 영원 복락 주옵소서. ☜ 엘 그레코의 ‘성령 강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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