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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데서 사슴처럼(Hinds' Feet on High Places) 본문
아름다운 이른 아침이었다. 계곡은 아직도 졸고 있는 것 같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흐르는 개울물 소리와 새들의 경쾌한 노랫소리 뿐이었다. 이슬이 풀위에서 반짝이고 들꽃들이 작은 보석처럼 빛났다. 유난히 아름다운 보랏빛, 분홍빛, 주홍빛의 아네모네가 온 들판에 마구 뻗은 가시덤불 사이로 작고 예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이따금 목자와 두려움은 수천개의 앙징스런 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 얺는 융단을 이룬 꽃 들판을 지나갔다.
한번은 목자가 걸음을 멈추어 그 꽃들을 어루만지며 웃는 얼굴로 두려움에게 말했다.
"자신을 낮추어라. 그러면 사랑이 발 아래 꽃 융단처럼 펼쳐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움은 목자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가끔 이 들꽃들을 바라보며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이렇게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꽃들이 아무도 봐 주지도 않고 염소와 소들이 짓밟아 죽을 수도 있는 이런 지구의 들녘 외진 속에 쓸쓸히 피어있어야 한다는 걸 말예요. 이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데, 그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이도, 감상해 줄 이도 없이 말예요."
두려움을 바라보는 목자의 표정은 몹시 흐뭇해 보였다.
"내 아버지와 내가 만든 것 중 쓸데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그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이 작은 꽃들은 훌륭한 교훈을 주고 있지. 비록 자기들의 아름다움을 인정해줄 이가 아무도 없다고 해도 깊이 신뢰하면서 사랑스럽게 기꺼이 자기 자신들을 내어 준단다. 마치 사랑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것은 정말 행복하다고 스스로에게 노래하듯이 말이야."
그는 두려움을 그윽이 바라보더니 다시 말했다.
"내가 너에게 몇 사람 밖에는 알지 못하는 위대한 진리를 하나 말해 주마. 인간 영혼 속의 가장 으뜸가는 모든 아름다움들, 가장 큰 승리, 가장 큰 성취에 대해서는 항상 자기 외에 다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고 추측밖에 할 수가 없는 거란다. 인간의 마음 속에서 사랑에 대해 내적 응답을 할 때마다, 그리고 자기애를 극복할 때마다 사랑의 나무에 새 꽃이 피는 거야.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조용하고 평범하고 숨은 수 많은 삶이야 말로 사랑의 꽃이 만발하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 참다운 정원들이며, 바로 그곳이 사랑의 임금님께서 벗들과 더불어 즐기시는 곳이란다. 내 친구 몇 사람도 찬란하게 위대한 승리를 한 적이 있었지. 따라서 다른 이들에게 정당하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의 가장 큰 승리는 항상 저 들꽃들과 같아서 아무도 알지 못했지. 두려움아 이 교훈을 지금 배워 두어라. 계곡의 낮은 곳인 여기에서 말이야. 그러면 가파른 산을 오를 때 위안이 될거야."
그는 손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이리 오렴. 새들이 퍽이나 즐겁게 노래하는 구나. 우리도 같이 부를까? 꽃들이 우리가 부를 주제곡을 말할 거다."
두려움은 목자의 뒤를 따라 강을 향해 내려가면서 목자의 책에 있는 옛 노래를 번갈아 불렀다.
나는 고작 사론에 핀 수선화
산꼴짜기에 핀 나리꽃이랍니다 … .
그대, 나의 임은
잡목 속에 솟은 능금나무
그 그늘 아래 딩굴며
달디단 열매 맛보고 싶어라 … .
사랑에 지친 이 몸,
힘을 내라고, 기운을 내라고
건포도와 능금을 입에 넣어 주시네.
들판을 뛰노는 노루 사슴 같은
예루살램의 아가씨들아,
이 사랑이 잦아들기까지
제발 방해하지 말아다오.
흔들어 깨우지 말아다오.[아가 2,1-7]
1) 지은이 한나 허나드 (Hannah Hurnard 1905~1990)는 영국 콜체스터(Colchester )에서 퀘이커교도(Quaker) 부모에게 태어났다 1926년 리젤란드 성경 대학(Ridgelands Bible College) 졸업했다. 1932년 팔레스타인 하이파로 옮겨 독립 선교사가 되었고 이스라엘과 영국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했다.
* 퀘이커교는 1650년대 영국의 조지 폭스(George Fox 1624~1691)가 제창한 기독교 교파이다. 퀘이커는 하느님 앞에서 떤다는 조지 폭스의 말에서 유래하였다. 특징은 침묵의 예배인데 퀘이커 각자는 침묵을 통해 내면의 빛을 볼 수 있도록 인도하며 특정한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성직자나 목사를 두지 않는다.
저서들 :
1.《높은데서 사슴처럼 Hinds' Feet on High Places》
2.《향신료들의 산 Mountains of Spices》
3.《하느님의 송신자들 God's Transmitters》
4.《마음 듣기 Hearing Heart》
5.《과일 식단 : 건강을 위한 자비의 길 Fruitarianism: Compassionate Way To Transform Health》
6.《주님의 정원 Garden of the Lord》
7.《사랑의 왕국 Kingdom of Love》
8.《땅의 나그네 Wayfarer in the Land》
9.《날개짓하는 삶 Winged Life》
10.《보이지 않는 사이에서 걸음걸이 Walking Among the Unseen》
11.《높은 곳으로 향하는 독수리 날개 Eagles' Wings to the Higher Places》
12.《담장 위의 파수꾼들 Watchmen on the Walls》
13.《왕국으로 가는 계단 Steps to the Kingdom》
14.《기억하라: 평생의 교훈 Thou Shalt Remember: Lessons of a Lifetime》
15.《밝혀낸 영광 The Unveiled Glory》
18.《치유의 길 The Way of Healing》
19.《내적인 사람 The Inner Man》
20.《열려진 이해 The Opened Understanding》
21.《하늘의 능력 The Heavenly Powers》
22.《고통의 비밀 The Mystery of Suffering》
23.《왕국의 비밀 The Secrets of the Kingdom》
초기 저서《높은데서 사슴처럼》은 기독교 공동체에 받아 들여졌지만 이후 간행된 저서들, 특히《더 높은 곳으로 향하는 독수리의 날개 Eagles' Wings to the Higher Places》는 범신론, 보편주의, 영지주의에 대한 비정설적 신념을 지지하여 평범함을 벗어났다고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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